정치 이야기 하나
삶 속 이야기/정치 2009/06/08 20:24첫 번째 이야기, 유시민.
#1.
지승호
뭔가 바꾸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
20대의 투표율이 현저히 낮습니다. 20대의 정치 무관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시민
저는 젊은 유권자들이 무관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일을 안하고 있는 거죠. 관심을 표명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쪼다' 취급을 당해요.
'너 아직도 정치에 기대하냐?'는 식으로 바보 취급하는 분위기에서
누가 정치에 관심을 표명하겠어요.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냉소와 무관심은 좌절된 기대의 반영이라고 봅니다.
좌절된 기대를 살릴 수 있는 어떤 희망을 제시한다면
젊은이들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리라고 봐요.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2002. 9)
#2.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도가 낮은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각자의 인생인 것이며,
참여하지 않아 10년 후에 사회적 발언권을 갖지 못하면 그 또한 정당한 것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이후에 사회를 주도하게 되면 그 또한 정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참여하지 않으면 후에 발언권을 가질 수 없으니 알아서 하시기 바란다."
- 유시민 (2005. 5. 16)
#3.
유 의원이 개혁국민정당 의원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TV 토론에서 유 의원에게 참패한 후
그가 참석하는 토론회는 기피했다고 한다.
출연을 하려다가도 상대 패널이 유 의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내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홍준표 의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렇게 몇 번 토론회가 무산된 후
이 두 사람이 우연히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에서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은 얼굴을 붉히며 외면한 채 그 자리를 빨리 피할 수 있기를 기도할 텐데,
우리의 유 의원이 그럴 사람인가?
"홍 의원님, 왜 저와 토론 안 하시려고 하는 거예요?"
홍준표 의원, 순간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대답이 "유 의원과는 격이 안 맞아서."
그로서는 자신이 2선 의원에 사실상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실세라는 점에서
'어떻게 의원이 두 명밖에 안되는 정당의 0.25선 의원하고 상대하랴?'는 뜻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유 의원의 빛나는 순발력이 돋보였다.
유 의원은 능청스럽게도
"홍 의원님,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당 대표까지 지낸 거물이지만,
토론은 할 수 있어요. 용기를 내세요. 과공비례라고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예의에 어긋납니다.
맘 편히 갖고 한번 해보세요." 하고 받아쳤다고 한다.
순간 엘리베이터 안의 모든 사람들이 뒤집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여기서 그가 정색을 하고 '권위주의적인 것 아니냐'고 따지기라도 했다면,
오히려 모양새가 안 좋았을 것이다. 그는 유머와 여유로써 상대방을 멋지게 제압한 셈이다.
지승호
노무현 후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노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절필을 한 후,
개혁당을 창당하고 나서는 그에 대한 지지 발언을 아끼는 듯 했는데
이제는 말씀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노무현 후보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유시민
최소한 군림하는 권력자는 되지 않을 거라는 거죠.
인사에서도 친노나 자신의 이해 관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빚진 것 빼고는 빚진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빚 갚으려고 잘못을 저지를 일은 없는 거죠.
노무현은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대화하는 지도력은 갈등이 있는 곳에 타협을 가져오고,
분쟁과 증오가 있는 곳에 화해와 상호 이해를 가져오죠.
대화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책임총리제 얘기도 나오지만, 일정한 합리적 조건이 조성되면
국회로 하여금 총리를 선출하게 하는 식으로 권력을 운용할 겁니다.
소수파 대통령이니까 YS나 DJ식으로 야당에서 국회의원을 빼올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타협과 절충을 통해서 집권 연합ㅇ르 만들어 내려고 할 겁니다.
그것이 안 되면 야당을 찾아다니면서 부탁이나 로비를 하겠죠.
저는 이런 형태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다른 후보들과 다른 점이죠. 또한 지역 분열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후보들과 다르고,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확실한 평화 정책을 취할 거라는 점이 다릅니다. (200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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